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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공부/º 육아일기

[육아일기] D+105 , 베이비타임 기록을 멈추기로 했다.

by 공부하는 체육쌤 2023. 9. 2.



2023.05.23. D+105


    출산 후 병원과 조리원에서 24시 모자동실을 하면서 아기 일과표 기록을 요구받아서, 국민육아앱 베이비타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어플의 가장 큰 장점은 작성한 수유기록을 바탕으로 아기 배고픔 상태를 사전에 푸시 알람으로 받을 수 있고, 그 외에도 지난 기록을 통해서 아기가 왜 우는지 이유를 추측할 수 있다.

    한방이가 울면 이유를 찾아 해결하면 되지만, 아직 육아가 어색하고 서툴렀던 본인은 아기가 울면 문제해결은커녕 사고회로부터 정지됐다. 지금껏 해 왔던 그 어떤 일보다 어렵게 느껴졌고, 그럴 때마다 베이비타임에 의존했다.

    한방이가 배고파질 때쯤 푸시 알림이 오면 미리 분유를 준비했고, 지난 기록을 분석하면서 자는 타이밍, 일어나는 타이밍 등을 미리 예측하다 보니 이전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아기를 돌볼 수 있었다.
한방이가 우는 횟수와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육아가 한결 쉬워졌다.

    그렇게 적응할 때쯤, 새로운 육아 미션이 추가됐다. 1탄을 깨면 2탄이 나오고, 2탄을 깨면 3탄이 나오는 끝없는 육아 미션게임 같았다. 한방이에게 새로운 패턴이 생겨서 이유를 예측할 수 없을 때에는 어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대부분은 과거 기록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한방이와 합을 맞춰가며 육아를 배웠다.

    한방이의 새로운 패턴을 알기 위해서는 꼼꼼한 일과 기록이 필요했고, 그렇기 때문에 한방이의 모든 일과수 일투족을 기록했다. 손에는 항상 핸드폰을 쥐고 있었고, 한방이의 모든 행동을 기록했다. 그러나, 아기가 크면 클수록, 그리고 내가 육아 패턴을 습득하면 습득할수록 필요로 하는 기록이 계속 끊임없이 늘어 갔다. 직수, 유축모유, 분유, 소변, 대변, 목욕, 낮잠, 밤잠, 터미타임 등등 갖가지 기록이 추가되면서 어느새 기록이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주객전도, 훗날 일어날 수 있는 일의 예측을 위해 버거워도 기록에 집착하는 아이러니한 일상이 지속됐다. 기록을 위해 소모되는 시간도 은근히 많았다. 혹여 기록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스트레스를 받았고, 기록하지 못하고 넘긴 타임스케줄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한방이와 함께 보내는 행복하고 소중한 육아 시간을 이렇게 기록강박으로 날릴 순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이미 알고 있는 아기 행동패턴과 관련한 기록은 과감하게 삭제하고, 아직 모르는 아기 행동패턴을 파악할 때 쓰일 수 있는 것만 기록하는 등 점차 양을 줄여가다가 어플 사용을 중단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잡았다.

    이를테면, 아기가 깨지 않고 밤잠을 얼마동안 자는지 알고 싶으면 밤잠 기록을 하고, 수유텀을 알고 싶으면 직수, 유축수유, 보충분유를 따로 기록하지 않고  한 세트로 묶어서 1개로 기록해서 그 개수를 줄여갔다. 그렇게 2주가량 축약된 기록을 사용했다.

    이제 어플이 없어도 한방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대충 알 수 있고, 더 이상 궁금한 육아패턴도 없어서 더 이상 기록지가 필요 없어졌다. 그래서 이제 기록을 멈추고 그 시간을 오롯이 한방이에게 집중하려고 한다.  안녕 베이비타임! 둘째 때 다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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