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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공부/º 육아일기

[육아일기] D+94 , 모유수유 중 커피를 마셔버렸다.

by 공부하는 체육쌤 2023. 8. 13.



2023.05.12.  D+94


    십 년 전, 학교일을 시작하면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일어나자마자 커피 한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커피 향이 좋아서 먹었지만, 점차 새벽잠을 깨우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커피가 없으면 하루종일 정신이 몽롱하고 두통이 오는 중독 증상이 나타났고, 그 맹한 느낌이 끔찍하게 싫어서 그 느낌을 회피하고자 커피를 되찾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커피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복해서 노력해 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커피를 끊으면 2주가량 심각한 편두통이 나타나고, 동시에 하루종일 몽롱한 느낌이 지속된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뇌에 구름이 떠다니는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 3주 차가 되면 점차 신체가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는데, 밤잠 입면시간이 20분 이내로 짧아지고, 가끔 아침에 일어나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개운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1달이 넘어가면 커피를 시작하기 이전처럼 신체가 멀쩡해지는데,  운이 좋아 1~2 달 잘 참다가도 위기가 왔다.  

    그러던 도중에 임신을 했고, 강제로 커피를 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덕분에, 작년부터 1년 넘게 커피를 손도 대지 못했는데 오히려 출산 전보다 생활 컨디션이 더 좋아서 매우 만족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커피 향이 미친 듯이 끌릴 때가 있다. 가끔 주변 지인이나 가족들이 커피를 마실 때 모유수유를 핑계로 옆에서 구경만 하다 보면 한입 크게 들이켜고 싶은 엄청난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그렇게 여러 차례 충동을 참다가 오늘은 그 충동을 참지 못하고 옆에 있는 친구의 아아를 한 모금 뺐어 먹었다.

    '한 모금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나의 합리화는 크나큰 착각이었다. 커피를 마신뒤 5시간 뒤쯤(그동안 2회의 모유수유를 하였다) 오후에 한방이에게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나타났다.

    한방이는 본래, 눕혀놓으면 뒤집기는커녕 잘 움직이지 않는, 가만히 누워 있는 아기이다. 아기체육관에 눕혀놓으면 가끔 고리만 잡을 뿐, 발구름을 잘하지 않아서 피아노 소리가 들릴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커피를 먹은 뒤 한방이의 신체활동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피아노를 깨부술 것처럼 미친 듯이 발구름을 시작해서, 처음에는 귀엽다고 웃으면서 보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발구름 시간이 20분이 넘어가면서 뭔가 잘못됐음을 인지했다. 지켜보다가 이건 아닌 것 같아서 한방이를 번쩍 들어 올려 잠들 때까지 안아주었다.

    한방이는 커피에 영향이 좀 컸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도 밤잠이나 낮잠을 잘 자지 못할까 우려했지, 이렇게 움직임이 과도해질 것이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후 우려와 다르게 한방이는 평소처럼 잠은 잘 자 주었고, 다음날신체활동도 평소와 같이 잠잠해졌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모유수유 중에 적당한 카페인 섭취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보통 모유는 엄마가 섭취하는 카페인의 1% 미만이 모유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한다. 하루 300mg 이하의 커피 섭취 (하루 3잔 이하)의 경우 아기의 소변에서 카페인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나는 개인적인 입장으로 산모와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들은 카페인 섭취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요즘 산부인과 및 소아과 의사들 중에 임신 중 소량의 카페인 섭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일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임신 중 카페인 섭취를 한 산모의 아가들이 카페인 섭취가 전혀 없었던 산모의 아가들보다 몸무게 증가가 더디고, 출산 시 몸무게가 더 적은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우리 아가를 위해서 모유수유가 끝날 때까지 앞으로 카페인 섭취는 지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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