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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공부/º 육아일기

[육아일기] D+2, 자연분만 후 병원에서 24시 모자동실 신청하기

by 공부하는 체육쌤 2023. 3. 24.

2023.02.09.
 
 
  한방이를 신생아실로 보내고, 회음부 봉합 등 후처치를 한 뒤 병실로 입원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몸 상태는 더 안 좋았다. 무통주사의 영향인지, 한 발자국 움직일 때마다 힘이 들어가지 않아 움직이기 힘들고 어지러웠다. 출산할 때 온몸에 힘을 너무 주었는지 전신근육통과 골반통증도 심각했다. 남편의 도움을 받아 밥도 먹고 화장실도 다녀온 뒤, 지칠 대로 지쳐있는 몸뚱이로 잠을 청했다.
 
 
  자고 일어나 보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가만히 병실 침대 누워있자니 한방이가 보고 싶다. 그런데 한방이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분만실에서 한방이를 마주한 시간 단 10초. 한방이의 얼굴을 익히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한국은 대부분의 병원이 출산 후 산모와 아기를 분리해 놓는 시스템이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 젖도 물리지 않은 채 아주 잠깐 엄마에게 얼굴만 조여주고 바로 데려가 버린다. 사회는 이미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병원은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남편은 내가 자고 있는 동안 신생아 면회시간에 유리창 너머로 잠시나마 한방이를 보고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계속 한방이가 아른거린다며 그 핏덩이 아가가 태어나자마자 엄마와 동떨어져 지내는 게 말이 되냐며, 본인이 아가와 나를 모두 케어하겠다며 병원에 요청해서 모자동실로 지내자고 하였다. 마침 우리는 다인실이 없어 1인실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모자동실이 가능했다.
 
 
  우리는 한방이의 모자동실을 요청했다. 병원에서는 우리의 결정을 의아해하며, 아직 회복하지 못한 산모가 아기를 돌볼 수 없을 것이라며 극구 말렸다. 산모의 회복과 아기 케어를 위해 분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코로나 전염의 위험성으로 인해 신생아실에서 한번 나온 아기는 다시 신생아실로 들어갈 수 없음으로 모자동실을 한번 신청하면 철회할 수 없어 입원 기간 내내 부모가 케어해야 하며, 아기가 갑자기 아프거나 청색증 증상을 보일 수 있으니 밤에 잘 때는 반드시 불을 끄지 말고 켜고 자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병원에서 이리 말하니 나는 덜컥 겁부터 났다. ‘혹시 아기를 데리고 왔는데 우리가 아기를 잘 돌보지 못하면 어쩌지?’, ‘아프거나 응급상황이 오면 그것을 잘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을까?’, ‘우리와 함께 있는 것보다 전문의에게 제대로 된 케어를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 머리가 너무나 복잡했다.
 
 
  대부분의 병원은 출산 후 산모는 병실로, 아기는 신생아실로 분리한다. 게다가 요즘은 코로나를 이유로,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 젖도 물리지 않은 채 얼굴만 확인시킨 뒤 엄마와 아기를 분리한다. 게다가 우리가 간 병원은 코로나를 이유로 퇴원할 때까지 부모와 아기의 접촉을 금지하여, 짧게는 3일 길게는 6일 동안 아기를 유리창 너머로밖에 볼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엄마는 아기에게 수유행위를 일체 할 수 없으며단지 모유를 유축하여 가져다주는 것이 최선일뿐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되자 사회는 위드코로나를 지정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병원의 코로나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원은 모자동실을 요청한 우리를 극구 말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방이를 병실로 데려온 이유는 갓 태어난 아기에게 엄마의 스킨십돌봄이 필요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모자동실을 요청하자 병원에서는 신생아침대와 아기용품을 준비해 주었다. 신생아침대 아래에는 기저귀, 배냇저고리, 속싸개가 들어있었고 한방이 옆에는 40ml의 분유가 들은 젖병 1개가 놓여있었다. 분유가 더 필요하거나 다른 용품들이 더 필요할 경우 신생아실에 들러달라고 했다.
 
 
  옆에서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한방이를 보니 무언지 모를 감정이 휩싸였다. 한방이는 거의 잠만 잤다. 그러다가 예고도 없이 갑자기 큰 소리로 죽어라 울어댔는데,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런데 막상 2~3시간 같이 지내다 보니 한방이가 우는 이유는 정말 단순했다. 대부분 배가 고프다고 우는 것이었고, 기저귀가 찝찝하다고 울었다. 그것만 해결해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다시 잠에 들었다.
 
 
  새벽 중간중간 틈틈이 일어나 아기를 보살피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게다가 분만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온몸이 아프고 힘들었다. 그렇지만 한방이 분유를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내가 정말 엄마가 되었구나" 하는 그 느낌이 얼떨떨하면서도 설레었다. (한방이에게 밤새 분유만 준 나의 무지함으로 훗날 오랫동안 고생을 하게 될 줄은 전혀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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